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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 그림 (종료) 118

잘자요,그림 || 오늘은 너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다

잘자요, 그림 열두 살에 죽은 친구의 글씨체로 편지를 쓴다. 안녕. 친구. 나는 아직도 사람의 모습으로 밥을 먹고 사람의 머리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늘은 너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구나. 냉동실에 삼 년쯤 얼어붙어 있던 웃음으로 웃는 얼굴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구나. 너만 좋다면 내 목소리로 녹음을 해도 된단다. 내 손이 어색하게 움직여도 너라면 충분히 너의 이야기를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답장을 써주기를 바란다. 안녕. 친구. 우르르 넘어지는 볼링핀처럼 난 네가 좋다. 시 [보고 싶은 친구에게] / 신해욱 잘자요, 그림 도박꾼, 2015, 훌리오 라라즈 The Gambler, 2015, Julio Larraz 잘자요, 그림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Copyrightⓒ아트하트 All Rights..

잘자요,그림 || 환한 것에도 상처를 입는다.

잘자요, 그림 돌이켜보아도 무례한 빛이었다. 최선을 다해 빛에 얻어맞고 비틀거리며 돌아오는 길이었다. 응고되지 않는 말들, 왜 찬란한 자리마다 구석들이 생겨나는가. 너무 깊은 고백은 테두리가 불안한 웅덩이를 남기고. 넘치는 빛들이 누르고 가는 진한 발자국들을 따라. 황홀하게 굴절하는 눈길의 영토를 따라. 지나치게 아름다운 일들을 공들여 겪으니 홀로 돋은 흑점의 시간이 길구나. 환한 것에도 상처를 입는다. 빛날수록 깊숙이 찔릴 수 있다. 작은 반짝임에도 멍들어 무수한 윤곽과 반점을 얻을 때, 무심코 들이닥친 휘황한 자리였다. 눈을 감아도 푸르게 떠오르는 잔영 속이었다. [빛의 자격을 얻어] 중에서 / 이혜미 잘자요, 그림 두 여자, 1980 /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Two Women, 1980, Christ..

잘자요,그림 || 고통스러운 이유

잘자요, 그림 이곳을 떠나는 것이 그토록 고통스러운 이유는 이런 밤이 다시 없으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아웃 오브 이집트] 중에서 / 안드레 애치먼 잘자요, 그림 자화상, 1908 / 마리 로랑생 Self-Portrait, 1908, marie laurencin 잘자요, 그림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Copyrightⓒ아트하트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뷰 를 친구 추가하시면 매일 오전 8시 예술명언 오후 10시 잘자요, 그림이 배달됩니다.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예술 • 명화 • 디자인 • 전시회 • 아트뉴스 매일 오전 8시 예술명언 ARTHEART pf.kakao.com

잘자요,그림 || 커피 향이 불러일으키는 어제, 그리고 더 오래 된 말들의 그림자들

잘자요, 그림 늘 마시고 또 마셔도 커피가 좋은, 커피 중독자인 내 앞에 높인 한 잔의 뜨거운 커피. 커피 향이 불러일으키는 어제, 그리고 더 오래 된 말들의 그림자들, 오늘은 그 그림자들의 실체를 불러내 시를, 시를 쓰기 위해 이곳에 앉아 있다. 올해 들어 무지막지하게 글이 쓰고 싶어졌다.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날엔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원고 마감일이 다가올 때마다 가슴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손끝이 불에 덴 듯 뜨거웠다. 십 년 넘게 시집도 내지 않고 시를 멀리했으니 그에 대한 죄 값이 나를 들복고 채찍질하는 걸까? 예전의 열정을 다시 불러오고 싶어 매일매일 몸살을 앓는 내가, 그러나 전혀 싫지가 않다. [내 시의 하나밖에 없는 애인] 중에서 / 김상미 오늘의 그림 커피를 마시는 남자, 2019, ..

잘자요,그림 || 길들여진 고통은 얼마나 순종적인가

잘자요, 그림 지나간 고통은 얼마나 순한가 인간 하나쯤 아무렇지 않게 태우고 다니는 네발짐승 같다 말귀를 알아듣는 가축 같다 소리 없이 나를 태우고 밥집에도 가고 상점에도 들른다 달리거나 한곳에 오랫동안 서 있기도 한다 한참을 잊고 지내다 네 등에 올라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길들여진 고통은 얼마나 순종적인가 사나운 짐승의 시간은 이미 오래전의 일 네 발이 내 것 같다 말을 듣지 않고 날뛰는 시간도 있다 그러나 너를 껴안으면 떨어지지 않을 만큼만 위험한 길 참을 만한 시간이 참기 어려운 밤 발을 어루만진다 발가락을 하나씩 세어본다 내 발이 네 것 같다 너는 나를 태우고 또 어디론가 가려 한다 네 등은 따뜻하고 나는 그 커다랗고 우멍한 눈동자와 마주치는 일이 드물다 [발] / 유병록 잘자요, 그림 변위..

잘자요,그림 || 재미있을 것까진 없고 그냥 좀 신기했을뿐이었다

잘자요, 그림 "와, 진짜 잘 잡네." 나도 모르게 양손을 부여잡고 그렇게 말하니 여자가 방긋 웃었다. "그렇죠? 보고 있으면 정말 재밌어요." 재미있을 것까진 없고 그냥 좀 신기했을뿐이었다. 여자의 페이스에 말려든 것 같아 퍼뜩 정신을 차리고 표정을 가다듬었다. [브로콜리 펀치] 왜가리 클럽 중에서 / 이유리 잘자요, 그림 미스 벤지, 1961 / 유안 어글로 Miss Benge, 1961, Euan Uglow 잘자요, 그림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Copyrightⓒ아트하트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뷰 를 친구 추가하시면 매일 오전 8시 예술명언 오후 10시 잘자요, 그림이 배달됩니다.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예술 • 명화 • 디자인 • 전시회 • 아트뉴스 매일 오전 8시 ..

잘자요,그대 || 그대를 골목 끝 어둠속으로 보내고

잘자요, 그림 그대를 골목 끝 어둠속으로 보내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의롭지 못한 만큼을 걷다가 기쁘지 아니한 시간만큼을 울다가 슬프지 아니한 시간만큼을 취하여 흔들거리며 가는 김포행 막차에는 손님이 없습니다. 멀리 비행장 수은등만이 벌판 바람을 몰고와 이렇게 얘기합니다. 먼 훗날 아직도 그대 진정 사람이 그리웁거든 어둠 속 벌판을 달리는 김포행 막차의 운전수 양반 흔들리는 뒷모습을 생각하라고. [김포행 막차] 중에서 / 신재창 오늘의 그림 뒷모습, 2017, 기드온 루빈 Back, 2017, Gideon Rubin 잘자요, 그림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Copyrightⓒ아트하트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뷰 를 친구 추가하시면 매일 오전 8시 예술명언 오후 10시 잘자요, ..

잘자요,그림 || 물속으로 잠기는 내 귀는 청각을 잃는다.

잘자요, 그림 유리 빌딩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이 대기 속으로 풀려나간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의 리듬에서 그녀가 떠오른다 물속으로 잠기는 내 귀는 청각을 잃는다 등을 돌리고 내보인 왼쪽 뺨은 붉다 머리카락이 천천히 휘날린다 입술에서 흘러나온 미소가 감기는 내 눈동자에 맺힌다 하늘은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다 시 [클로로포름] 중에서 / 송승환 오늘의 그림 틈, 2019 / 앨리스 달튼 브라운 Interlude, 2019, Alice Dalton Brown 잘자요, 그림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Copyrightⓒ아트하트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뷰 를 친구 추가하시면 매일 오전 8시 예술명언 오후 10시 잘자요, 그림이 배달됩니다.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예술 • 명화 • 디자인 •..

잘자요,그림 || 나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잘자요, 그림 내가 말했다. 아버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내 목소리만 나직하게 차 안을 울렸다. 유턴 지점을 만나게 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우리는 그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에게는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이 필요했다. [유턴 지점을 만나게 되면] 중에서 / 이나리 오늘의 그림 인테리어: 밤, 1971 / 패트릭 콜필드 Interior: Night, 1971, Patrick Caulfield 잘자요, 그림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Copyrightⓒ아트하트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뷰 를 친구 추가하시면 매일 오전 8시 예술명언 오후 10시 잘자요, 그림이 배달됩니다.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예술 • ..

잘자요,그림 || 그것만 눈에 보이지 않았다.

잘자요, 그림 나는 얼떨떨해져서 서점으로 돌아왔다. 다른 날처럼 계산대를 지키고 있다가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모두 밥을 먹고 난 뒤 마지막 순번으로 창고로 내려갔다. 식탁과 의자로 사용하는 박스 위에 도시락을 내려놓고 공구를 모아둔 캐비닛을 뒤졌다. 전선들, 납작해진 본드, 튜브, 나사들, 못들, 쥐 끈끈이, 시너 통, 드라이버, 곰팡이 제거제, 막대와 집게들, 내가 찾는 것은 망치였는데 그것만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양의 미래] 중에서 / 황정은 오늘의 그림 모자를 쓴 소녀의 프로필, 1963-1964 / 유안 어글로 Girl's Head in Profile with Cap on, 1963-1964, Euan Uglow 잘자요, 그림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Copyrightⓒ아트하트 All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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