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자요, 그림 (종료)

잘자요,그림 || 오늘은 너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다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2022. 2. 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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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자요, 그림 

 


ⓒARTHEART

 

 

 

열두 살에 죽은 친구의 글씨체로 편지를 쓴다.

 

안녕. 친구. 나는 아직도

사람의 모습으로 밥을 먹고

사람의 머리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늘은 너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구나.

 

냉동실에 삼 년쯤 얼어붙어 있던 웃음으로

웃는 얼굴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구나.

 

너만 좋다면

내 목소리로

녹음을 해도 된단다.

 

내 손이 어색하게 움직여도

너라면 충분히

너의 이야기를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답장을 써주기를 바란다.

 

안녕. 친구.

우르르 넘어지는 볼링핀처럼

난 네가 좋다.

 

시 [보고 싶은 친구에게] / 신해욱

 

 

 

 


 잘자요, 그림 

 

도박꾼, 2015, 훌리오 라라즈

The Gambler, 2015, Julio Larraz

 

 

The Gambler, 2015, Julio Larraz

 

 

 

 

 잘자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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