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자요, 그림 개심사 가는 길 문득 한 소식 하려는가 나무들 서둘러 흰 옷으로 갈아입는다 추위를 털면서 숲 속으로 사라지는 길도 금세 눈으로 소복하다 여기에 오기까지 길에서 나는 몇 번이나 개심하였을까 한 송이 눈이 도달할 수 있는 평심의 바닥 그것을 고요라고 부를까 하다가 산문에 서서 다시 생각해 본다 어느 자리, 어느 체위이건 눈은 불평하지 않는다 불평마저 부드러운 곡선이다 설경이 고요한 듯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허지만 송송 뚫린 저 오줌구멍을 무엇이라고 해야 하나 마을의 개구쟁이들이 저지른 저 고요의 영역 표시 경계 앞에서도 어쩔 수 없는 방심 뒤에 진저리치던 나의 불평이란 기실 작은 구멍에 불과한 것 하물며 개심이라니! 그 구멍의 뿌리 모두 바닥에 닿아 있으므로 길은 불평의 바닥이다 불평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