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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 그림 (종료) 118

잘자요,그림 || 고요

잘자요, 그림 개심사 가는 길 문득 한 소식 하려는가 나무들 서둘러 흰 옷으로 갈아입는다 추위를 털면서 숲 속으로 사라지는 길도 금세 눈으로 소복하다 여기에 오기까지 길에서 나는 몇 번이나 개심하였을까 한 송이 눈이 도달할 수 있는 평심의 바닥 그것을 고요라고 부를까 하다가 산문에 서서 다시 생각해 본다 어느 자리, 어느 체위이건 눈은 불평하지 않는다 불평마저 부드러운 곡선이다 설경이 고요한 듯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허지만 송송 뚫린 저 오줌구멍을 무엇이라고 해야 하나 마을의 개구쟁이들이 저지른 저 고요의 영역 표시 경계 앞에서도 어쩔 수 없는 방심 뒤에 진저리치던 나의 불평이란 기실 작은 구멍에 불과한 것 하물며 개심이라니! 그 구멍의 뿌리 모두 바닥에 닿아 있으므로 길은 불평의 바닥이다 불평하지 않..

잘자요,그림 || 이야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뿐이다

잘자요, 그림 봄을 타는 사람들은 그녀의 궁으로 몰려들었다. 꽃에 자기를 빗대어 상상하기 좋아하는 관광객들은 아닌 게 아니라 꽃과도 흡사하게 붉은 얼굴로 그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아니, 그들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숫자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꽃이 많은 곳, 전각이 많은 곳, 사람이 많은 곳, 이야기가 많은 곳에 몰려든 것이다. 이야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뿐이다. [타다] 중에서 / 방현희 잘자요, 그림 관광객, 2017, 앨런 피어스 The Tourists, 2017, Alan Fears 잘자요, 그림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Copyrightⓒ아트하트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뷰 를 친구 추가하시면 매일 오전 8시 예술명언 오후 10시 잘자요, ..

잘자요,그림 || 점심시간은 짧았다

잘자요, 그림 점심시간은 짧았다. 다시 종이 울리면 직원들은 각 구격의 휴게실에서 나와 다시 꽁치 라인 앞으로, 고등어 라인 앞으로, 깻잎 라인 앞으로, 복숭아 라인 앞으로, 감뀰 라인 앞으로 걸어갔다. 쉬지 않고 흐르는 벨트 앞에서 그들은 꽁치나 고등어를 손질하고 식용 염산에 넣어 복숭아와 감귤 껍질을 벗기고, 아세트산을 넣어 가공하고, 통조림 뚜껑이 내려와 박히는 걸 지켜보고, 임의로 통조림을 수거하여 내용물을 표본 조사했다. 작은 사고가 있기는 했다. 농산물 가공 라인에서 생긴 일이었다. 퇴근 무렵 한 여직원이 밀봉 과정에서 오른쪽 콘텍트렌즈를 통조림 깡통 중 하나에 빠뜨린 게 틀림없다고 울먹였다. [통조림 공장] 중에서 / 편혜영 잘자요, 그림 식사 휴식시간, 1972 / 패트릭 콜필드 Dinin..

잘자요,그림 || 불평을 하면 왜 그리 기분이 좋은 걸까?

잘자요, 그림 불평을 하면 왜 그리 기분이 좋은 걸까? 마음이 편치 않은 두 사람이 마치 온천욕을 하고 상쾌하고 짜릿한 기분으로 탕에서 나오듯 서로 마음에 쌓인 찌꺼기를 탈탈 털어버리고 나오기 때문일까? [불평꾼들] 중에서 / 제프리 유제니디스 잘자요, 그림 모노와 함께 있는 여자, 1981, 페르난도 보테로 Mujer con Moño, 1981, Fernando Botero 잘자요, 그림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Copyrightⓒ아트하트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뷰 를 친구 추가하시면 매일 오전 8시 예술명언 오후 10시 잘자요, 그림이 배달됩니다.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예술 • 명화 • 디자인 • 전시회 • 아트뉴스 매일 오전 8시 예술명언 ARTHEART pf.kaka..

잘자요,그림 || 코미디

잘자요, 그림 공들여 만든 '간편 메뉴'는 또 한 번 예상하지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몇몇 눈치 빠른 식당 주인은 똑같은 책을 들고 온 여행자들이 항상 똑같은 요리만 시킨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제 그 요리의 가격이 해마다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차례이다. 이 모든 상황이 가이드북 취재에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오류가 많아지는 역설을 초래한다. 그 결과 정보 제공이 목적인 가이드북에 구체적인 정보가 빠지는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가이드북이라는 장르의 역설] 중에서 / 전명윤 잘자요, 그림 햄머 인테리어, 2016, 조나스 우드 Hammer Interior, 2016, Jonas Wood 잘자요, 그림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Copyrightⓒ아트하트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

잘자요,그림 || 울고 들어온 너에게

잘자요, 그림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되작거리다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시 [울고 들어온 너에게] / 김용택 잘자요, 그림 의자에 웅크린 누드, 1982-1983 / 유안 어글로 Curled Nude on a Stool, 1982-1983, Euan Uglow 잘자요, 그림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Copyrightⓒ아트하트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뷰 를 친구 추가하시면 매일 오전 8시 예술명언 오후 10시 잘자요, 그림이 배달됩니다.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예술 • 명화 • 디자인 • 전시회 • 아트뉴스 매일 오전 8시 예술명언 ARTHEART pf.kak..

잘자요,그림 || 오래전 어느 날, 그들이 어렸던 날

잘자요, 그림 오래전 어느 날, 그들이 어렸던 날, 연이 자다가 눈을 떴을 때 정은 엎드려 책을 읽고 있었다. 석유 등잔이 타오르고 정은 책을 펴놓고 책 속에 몰두해 있었다. 천장에는 무엇인지 모를 그림자가 일렁였고 그림자로 하여 방은 훨씬 크게 보이기도, 동굴 속같이 작게 보이기도 했다. 연은 스르르 눈을 감고 다시 잠 속에 빠져들었고 몇 번이고 깨었다가 잠들기를 반복했다. [흐림 속으로-등잔] 중에서 / 김채원 잘자요, 그림 독서, 니콜라오스 리트라스 Reading, Nikolaos Lytras 잘자요, 그림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Copyrightⓒ아트하트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뷰 를 친구 추가하시면 매일 오전 8시 예술명언 오후 10시 잘자요, 그림이 배달됩니다. 세상..

잘자요,그림 || 죽음으로 죽음을 사랑할 수 없고 삶으로 삶을 사랑 할 수 없고

잘자요, 그림 시로써 무엇을 사랑할 수 있고 시로써 무엇을 슬퍼할 수 있으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시로써 무엇을 버릴 수 있으며 혹은 세울 수 있고 허물어뜨릴 수 있으랴 죽음으로 죽음을 사랑할 수 없고 삶으로 삶을 사랑 할 수 없고 슬픔으로 슬픔을 슬퍼 못 하고 시로 시를 사랑 못 한다면 시로써 무엇을 사랑할 수 있으랴 보아라 깊은 밤에 내린 눈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아무 발자국도 없다 아 저 혼자 고요하고 맑고 저 혼자 아름답다 시 [시, 부질없는 시] / 정현종 잘자요, 그림 키스, 1927,마리 로랑생 The Kiss, 1927, marie laurencin 잘자요, 그림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Copyrightⓒ아트하트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뷰 를 친구 추가하시면 매..

잘자요,그림 || 내가 정말 좋아하는 순간

잘자요, 그림 날씨 같은 것도 몸으로 느끼는 것보다 보는 것을 좋아한다. 비를 맞는 것은 싫지만 비가 내리는 것을 보는 게 좋고 더운 것은 싫지만 쨍쨍한 바깥을 보는 건 좋다. 가을 같은 것도 보는게 더 좋고 눈이 내리는 것을 보는 것을 보는 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다.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 중에서 / 이주란 잘자요, 그림 연못의 빛, 1972, 닐G 웰리버 Light on Pond, 1972, Neil G. Welliver 잘자요, 그림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Copyrightⓒ아트하트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뷰 를 친구 추가하시면 매일 오전 8시 예술명언 오후 10시 잘자요, 그림이 배달됩니다.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예술 • 명화 • 디자인 • 전시..

잘자요,그림 || 꽃 향은 두고, 술 향은 데리고 간다

잘자요, 그림 늦은 밤 술집에서 나오는데 주인 할머니 꽃다발을 놓고 간다며 마늘 찧던 손으로 꽃다발을 끌어안고 나온신다 꽃다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이 꽃다발은 할머니에게 어울리네요 가지세요 할머니는 한사코 가져가라고 나를 부르고 나느 애써 돌아보지 않는데 또 오기나 하라는 말에 온다는 말없이 간다는 말없이 꽃 향은 두고 술 향은 데리고 간다 좁은 골목은 식물의 줄기 속 같아서 골목 끝에 할머니를 서 있게 한다 다른 데 가지 말고 집에 가라는 할머니의 말 신에게 가겠다고 까부는 밤은 술을 몇 잔 부어 주고서야 이토록 환하고 착하게 온다 시 [온다는 말없이 간다는 말없이] / 이병률 잘자요, 그림 A Bigger Book, Art Edition C, No. 501–750 ‘Untitled,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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