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자요, 그림 (종료)

잘자요,그림 || 내가 뭘? 뭘? 뭘?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2022. 6. 3. 17:00
728x90
반응형

잘자요, 그림


ⓒARTHEART



치료받을 때도 좀 아프지만, 의사는 다 적었는지 고개를 들고 또 코를 훌쩍거리더니, 사나흘은 아플 거니까, 진물도 날 거니까, 진통제를 처방해주겠다고 했다. 그때 하지 않겠다고 했어야 했다. 스포츠화 판 돈 중에 이만원은 난방비에 보태고 오만원은 저금에 보태려고 했는데, 그래서 이번달엔 삼십오만원을 저금하려고 했는데 얼어죽을 냉동치료로 칠만원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접수처에서 돈을 내는데 직원이 삼 주 후 오늘로 예약 잡을게요, 했다. 소희가 멀뚱멀뚱 쳐다보자, 삼 주 간격을 두고 적어도 대여섯 번은 꾸준히 냉동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병원을 나오는 내내 소희는 조금씩 불안해지고 신경이 곤두선다. 얼굴이 붉어지고 눈가가 이글이글 달아오른다. 뭔가 또 퍽 터질 것만 같다. 언니가 사라졌을 때도, 손톱이 깨졌을 때도, 소희는 이렇게 뭔가로 가득차서 터질 것 같았다. 무섭다. 소희를 이렇게 두면 안 되는데, 이렇게 혼자 나두면 안 되는데,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어쨌다고? 내가 뭐?? 내가 뭘? 뭘? 뭘? 소희는 작은 소리로 외치며 걷는다. 내가 뭘? 뭘? 뭘?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말끝이 날카롭게 솟구친다. 내가 뭘? 뭘? 뭘?

[손톱] 중에서 / 권여선




잘자요, 그림

정물화, 1954 / 조르지오 모란디
Still Life, 1954, Giorgio Morandi



잘자요, 그림





권여선, 「손톱」 중에서 – 문학광장 문장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권여선의 「손톱」을 배달하며 때론 숫자를 읽는 일도 이렇게 슬플 수 있지요. 스물한 살 소희의 삶은 온통 숫자로 채워져 있습니다. 통근버

munjang.or.kr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Copyrightⓒ아트하트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뷰 <아트하트>를 친구 추가하시면
매일 오전 8시 예술명언
오후 10시 잘자요, 그림이 배달됩니다.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예술 • 명화 • 디자인 • 전시회 • 아트뉴스 매일 오전 8시 예술명언 ARTHEART

pf.kakao.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