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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 그림
개심사 가는 길
문득 한 소식 하려는가
나무들 서둘러 흰 옷으로 갈아입는다
추위를 털면서 숲 속으로 사라지는
길도 금세 눈으로 소복하다
여기에 오기까지 길에서 나는
몇 번이나 개심하였을까
한 송이 눈이 도달할 수 있는 평심의 바닥
그것을 고요라고 부를까 하다가
산문에 서서 다시 생각해 본다
어느 자리, 어느 체위이건 눈은 불평하지 않는다
불평마저 부드러운 곡선이다
설경이 고요한 듯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허지만 송송 뚫린 저 오줌구멍을 무엇이라고 해야 하나
마을의 개구쟁이들이 저지른 저 고요의 영역 표시
경계 앞에서도 어쩔 수 없는 방심 뒤에 진저리치던
나의 불평이란 기실 작은 구멍에 불과한 것
하물며 개심이라니!
그 구멍의 뿌리 모두 바닥에 닿아 있으므로
길은 불평의 바닥이다
불평하지 않으며 길을 다 갈 수는 없다
그러니 애써 한 소식 들은 척 하지 말자
눈이 내렸을 뿐 나는 아직 고요의 입구에 있는 것이다
시 [고요의 입구] / 신현락
잘자요, 그림
레미, 1962, 윌 바넷
Remi, 1962, Will Barnet
잘자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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