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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 그림
귓속이 늘 궁금했다.
그 속에는 달팽이가 하나씩 산다고 들었다.
바깥 기척에 허기진 그가 저 쓸쓸한 길을 냈을 것이다.
길 끝에 입을 대고
근근이 당도하는 소리 몇낱으로 목을 축였을 것이다.
달팽이가 아니라
도적굴로 붙들려간 옛적 누이거나
평생 앞 못 보던 외조부의 골발이라고도 하지만,
부끄러운 저 구멍 너머에서는
누구건 달팽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 안에서 달팽이는
천년쯤을 기약하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고 한다.
귀가 죽고
귓속을 궁금해할 그 누구조차 사라진 뒤에도
길이 무너지고
모든 소리와 갈증이 다한 뒤에도
한없이 느린 배밀이로
오래오래 간다는 것이다.
망해버린 왕국의 포장처럼
네 개의 뿔을 고독하게 치켜들고
더듬더듬
먼 길을.
시 [달팽이] / 김사인
잘자요, 그림
자화상, 1966 / 헬렌 레소르
Self Portrait II, 1966, Helen Lessore
잘자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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