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자요, 그림 (종료)

잘자요,그림 || 귓속이 늘 궁금했다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2022. 3. 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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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자요, 그림 

 


 

ⓒARTHEART

 

 

 

귓속이 늘 궁금했다.

 

그 속에는 달팽이가 하나씩 산다고 들었다.

바깥 기척에 허기진 그가 저 쓸쓸한 길을 냈을 것이다.

길 끝에 입을 대고

근근이 당도하는 소리 몇낱으로 목을 축였을 것이다.

달팽이가 아니라

도적굴로 붙들려간 옛적 누이거나

평생 앞 못 보던 외조부의 골발이라고도 하지만,

부끄러운 저 구멍 너머에서는

누구건 달팽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 안에서 달팽이는

천년쯤을 기약하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고 한다.

귀가 죽고

귓속을 궁금해할 그 누구조차 사라진 뒤에도

길이 무너지고

모든 소리와 갈증이 다한 뒤에도

한없이 느린 배밀이로

오래오래 간다는 것이다.

망해버린 왕국의 포장처럼

네 개의 뿔을 고독하게 치켜들고

더듬더듬

먼 길을.

 

시 [달팽이]  / 김사인

 

 

 

 


 잘자요, 그림 

 

자화상, 1966 / 헬렌 레소르

Self Portrait II, 1966, Helen Lessore

 

 

Self Portrait II, 1966, Helen Lessore

 

 

 

 

 잘자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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