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자요, 그림
정아는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이 갑자기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죽지 않더라도 죽을 만큼 다치거나 아플 수 있다고 믿는다.
하던 일이 모두 망가지고, 지금 살고 있는 넓은 저택에서 쫓겨나
길거리를 헤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의사는 정아의 우려를 반박하지 않았다.
"맞아요. 그런 일은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어요. 저도 때로 두려워요.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 병원에 출근하기 전까지 한 시간 동안 양재천을 달려요.
양재천은 얕은 강이고, 악어는 덩치가 크지만,
체고로만 따지면 납작한 편에 속하는 파충류죠.
저 강물 아래 악어가 엎드려 있다가 용수철처럼 몸을 튕겨 내게 달려든다면,
조깅하고 있는 내 왼쪽 다리를 뼈가 보일 만큼
깊게 물어 질겅질겅 씹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요?
내게도 그런 두려움이 있어요.
하지만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 양재천을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아요. 어째서일까요?
이곳은 캘리포니아가 아니고, 동물원의 악어가 탈출했다면 뉴스에서 미리 알려줄 것이고,
내가 그 뉴스를 미처 보지 못하더라도 긴급재난문자가 내 핸드폰을 울릴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죠.
그런 이유도 분명 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아니에요.
나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해주죠."
의사는 정아가 되묻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잠시 멈췄다.
답을 알고 있는 정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모킹 오레오] 중에서 / 김홍
잘자요, 그림
거울, 1990, 뤽 타이만
Mirror, 1990, Luc Tuymans
잘자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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