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자요, 그림 (종료)

잘자요,그림 ||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예술 아트하트 2022. 5. 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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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자요, 그림 

 


 

 

 

정아는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이 갑자기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죽지 않더라도 죽을 만큼 다치거나 아플 수 있다고 믿는다.

하던 일이 모두 망가지고, 지금 살고 있는 넓은 저택에서 쫓겨나

길거리를 헤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의사는 정아의 우려를 반박하지 않았다.

"맞아요. 그런 일은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어요. 저도 때로 두려워요.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 병원에 출근하기 전까지 한 시간 동안 양재천을 달려요.

양재천은 얕은 강이고, 악어는 덩치가 크지만,

체고로만 따지면 납작한 편에 속하는 파충류죠.

저 강물 아래 악어가 엎드려 있다가 용수철처럼 몸을 튕겨 내게 달려든다면,

조깅하고 있는 내 왼쪽 다리를 뼈가 보일 만큼

깊게 물어 질겅질겅 씹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요?

내게도 그런 두려움이 있어요.

하지만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 양재천을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아요. 어째서일까요?

이곳은 캘리포니아가 아니고, 동물원의 악어가 탈출했다면 뉴스에서 미리 알려줄 것이고,

내가 그 뉴스를 미처 보지 못하더라도 긴급재난문자가 내 핸드폰을 울릴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죠.

그런 이유도 분명 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아니에요.

나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해주죠."

의사는 정아가 되묻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잠시 멈췄다.

답을 알고 있는 정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모킹 오레오] 중에서  / 김홍

 

 

 

 


 잘자요, 그림 

 

거울, 1990, 타이만

Mirror, 1990, Luc Tuymans

 

 

 

 

 

 

 잘자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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